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여행'이란 한갓 '사치스러운 단어'에 불과했다. 2014년부터 해외여행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2016년에 2천만(2천238만명)을 돌파하면서 이젠 해외여행이 잘사는 나라의 전유물이나 사치스러운 단어만은 아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떠날 수가 있다. 지금 우리는 해외여행 2천600만명 시대에 살고 있다. 여기서는 '여행을 떠나려는 자와 떠나지 못하는 자'의 입장에서 몇 가지 피력해 보고자 한다.
떠나려는 자 !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2002년 모 카드사의 CF에서...)
여행은 중독성이 강해서 한번 여행을 맛본 사람은 자꾸 떠나고 싶어한다. 나라가 발전할수록, 개인의 은행잔고가 늘어날수록 더욱 떠나고 싶어진다. 여행자들은 모두가 무능한 사람도 아니며, 베짱이도 아니다. 다만 자유를 그리는 마음,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는 마음은 인간의 근원적인 본능이다! 즉 자본주의 문명의 억압적 상태에서 탈피하기 위한 본능과도 일맥상통한다. 숨막히는 팍팍한 삶이 싫어서 떠난다는 여행자들이 많다.
그러나 여행에서의 즐거움도 한 때다. 그 한 때가 지나가면 중요해지는 것은 일상의 삶이 된다. 어디에 살든, 돈이 있든 없든 중요한 것은 그 일상 속에서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다. 여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오면 세상은 변한게 없지만 지식과 지혜가 쌓일 수록 많은 것들이 보이고 평소 익숙한 것도 새롭게 느껴진다
우물안의 개구리? 아! 나는 속고 살아왔다. 이런 세상도 있는데... 나는 왜?
약 30년 전, 서유럽 17개국 첫 배낭여행을 마치고 나는 한동안 큰 충격에 빠졌던 적이 있다. 첫째는 가는 곳 마다 모두 하나같이 잘 살고 있음에 놀랐고, 둘째는 지구촌 사람들의 삶의 방법이 우리와 비슷하거나 오직 한가지 밖에 없는 줄로만 알았는데... (성장-교육- 직장- 결혼- 육아- 은퇴- 노후 등...)
그러나 지구촌의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다른 정치, 문화, 종교, 다른 윤리관 속에서 살았고 또 지구촌의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며 행복하게 살아 가는 장기 여행자들도 많이 보았다. 그걸 보면서 나의 가치관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고, 귀국 후 자괴감으로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게 진짜 내 삶이냐?" " 난 여태 뭐하고 살았지?" ㅌㅌㅌ
"Life is a journey!"
한번 뿐인 인생!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여기 저기 떠돌아 다니며 수많은 난관에 부딪혀 보기도 하며, 낯선 곳에서 이방인이 되는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이 크다. 세상의 가치보다 여행의 자유로움이 더 좋았다. 여행에서 돌아와 피곤함도 잊은채 컴 앞에 앉아 담아온 사진과 일기 등을 정리하여 블로그에 포스팅할 때가 필자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언젠가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 조용히 눈을 감고 여행에서의 가장 즐거웠던 장면들을 추억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으리라... ㅎㅎㅎ ^^*
떠나지 못하는 자!
여행은 의무가 아니다. 그래서 떠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아주 어렵거나 또는 아주 쉽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고 속상해 할 것도 없다. 지금 이순간이 자신의 우선순위에 여행이 아닌 다른 소중한 것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허나,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것도 많지만,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내가 행동하지 않는게 더 많다.
자신의 이기적인 열망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게 쉽지 않다.
주변에서 보아온 많은 이들이 말하는 '여행 못가는 이유'는 단순하다.(*약간의 돈과 시간은 있다는 전제 조건! 떠나고 싶어도 개인의 피치못할 사정에 의해 떠나지 못하는 사람은 제외!) 첫째, 피곤해서 낯선 곳에 가는 자체가 싫고, 둘째, 페키지 여행은 모른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야만 하므로 짜증나서 싫고, 셋째, 백페킹은 너무 고생되고, 여행계획에서 부터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해야만 하는게 싫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편하게 대접받고 싶어하고, 사회적 지위, 명예, 권력, 주변관계에 너무 집착하고 생각한다. 해외에 나가면 자신이 갖고 있는 사회적 지위, 명예 등이 모두 무로 돌아간다. 낯선 길에서 만난 사람끼리 누가 알아주나, 여행길에서 자신이 과거 누구였는지, 무엇을 했던 사람인지는 아무 소용이 없다.
아름다움은 마음을 비웠을 때만 나타난다. 실데없는 허세와 자존심을 버려고 자신을 낮춰야 여행이 즐겁고 또 낯선길에서 만난 풀 한포기 조차도 아름답게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도 별 감흥을 못느끼는 것 같았다. 여기서 한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것은 "눈 앞에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 들이려 하지 않고 자신만의 사회적 시각이나 가치관을 통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 이런 잘못된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여행의 묘미를 알리가 없다. ^^*
((여행 명언 모음))
* 지도를 보는 여행자는 떠나려는 여행자이고, 거울을 보는 여행자는 돌아오고 싶은 여행자이다
* 인간은 도시에 대해 투덜거리지만 그 편리함과 고마움은 험한 자연에 갔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된다.
* 여행은 중독성이 강하다. 긴 여행이든 짧은 여행이든 그리움에 가슴 저릴 때도 있다.
* 소유에서 오는 만족을 추구하지 말고 존재에서 오는 기쁨을 추구하라!
* 여행은 삶속에 숨어있는 다양한 그림들을 보는 행위이다.
* 여행을 떠나면 내 안에 숨어 있는 다양한 나를 만난다.
* 그 나라의 음식을 즐긴다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 영원한 내것은 없다. 다른 것을 받아들여야 여행이 즐거워진다.- 음식과 언어
* 여행 자체보다 여행하고 돌아오는 그 과정에서 얻는 자기성찰과 각성이 중요하다.
* 여행자는 사소한 것에 큰 감동을 받기도 한다.
* 안에서 작은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볼줄 아는 사람이 밖에 나가서도 그런 것을 볼 수가 있다.
* 자신의 체험 속에서 얻어진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좋은 말도 박제된 동물과 같다.
* 여행의 즐거움은 사람들의 따스한 인정, 아름다운 자연, 낯선 세상에서 만난 풍물, 삶에 대한 깊은 사색
* 여행으로 사는 사람들은 명예나 돈이 아니라 여행에 대한 순수한 열정 하나만으로 뛰어든 것이다.
* 여행후기를 쓰기는 것은 몸으로 여행하고 다시 마음으로 여행하는 것이다.
* 자유는 많은 욕망을 포기하고 얻는 달콤한 선물이다.
* 두 마리 토끼를 잡지마라! 자유와 안정은 함께 할 수 없다.
* 어제 도착해 오늘 머물고 내일 떠날 것처럼 살아라.
* 여행을 시처럼, 삶을 시처럼 살아라!
# 자료 출처/ 인용 :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연히 만난다면>>/ 이지상 산문집/ 2007년 초판, 2012.12월 개정판/ 중앙북스
<<언제나 여행처럼>>/ 이지상 산문집/ 2010.3월/ 중앙북스/ *여행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이들에게...
'세계여행 일반 > 여행자의 엣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상(斷想)/ 여행과 나(1) (0) | 2020.01.31 |
---|---|
(단상) 아름다운 것을 만나는데... (0) | 2019.02.27 |
(단상) 불편한 여행일수록 울림이 크다. (0) | 2018.11.29 |
(단상) 여행의 4박자(Four Beats of Travel) (0) | 2018.11.15 |
(특집) 한국 최초의 세계 배낭여행가 - 김찬삼 (0) | 2017.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