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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Marathon

05섬진강- 환상적이란 말을 함부로 쓰지 마라!(05/10/09)

 

 

【섬진강후기】환상적이란 말을 함부로 쓰지 마라!


지난해 13차례의 전국 마라톤투어중 최고의 코스로 각인 되었던 섬진강대회!

코스주변 경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올해는 아예 풀코스에 참가했다.


무엇이 그렇게 감동을 불러 일으켰는지는

작년 참가 후기에서 이미 밝힌 바 있어 올해는 일일이 언급하지는 않겠으나,

환상적이란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침 안개 자욱한 그곳에서 한번쯤은 달려봐야 실감이 날 듯....


전혀 오염되지 않는 아침의 상큼한 내음!

105리 길 주로 양편으로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며,

주로 주변에 도도히 흐르는 비취빛 섬진강 물,

노랗게 물든 황금들녘.....

주로의 곳곳 마음어귀에 나와 장고, 북, 꽹과리 등을 들고 나와

응원하는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

동네마다 마을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신나는 노래(응원가)

대회장 주변에 무료로 공급해준 두부김치, 막걸리, 국밥, 호떡, 뻥튀기 등

전라도 특유의 온갖 먹거리를 푸짐하게 내놓은 시골인심.....


지난해 성공적인 대회를 치뤄 올해는 풀코스 1,300여명,

하프 1,400여명 등 5천600여명이 참가해 운동장을 가득 매웠다.

출발 전 날씨는 짙은 안개가 끼었으며

다소 쌀쌀함을 느낄 정도의 영상 10도, 낮 최고 20도...

대회장 주변엔 온통 코스모스로 수놓고 있었다.

이번 대회엔 검푸에서는 박종효팀장님이 광화문모임의

페이싱팀의 일원으로 풀코스 3.30 패메를,

송진님은 하프에, 나는 풀에 참가했다. 


나의 이번대회 참가 의의는 올 하반기 첫 풀 코스를 경험하고

3주후 경주동아오픈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 멋진 완주를 해 볼 생각이다.

 

그러나 대회 날은 다가오고 훈련량의 절대부족으로 불안하고 초조해,

테이퍼링 같은 건 생각도 못하고 급기야 대회 참가 일주일전

34km LSD를 하는 등 나름대로 열시미 달렸다.(마치 수험생이 시험 전날 날밤을 세며 암기하듯이... ㅋㅋㅋ) 당근 일주일 내내 피곤하기만 했다.


출발의 총성에 따라 작년에 달려봤던 낯익은 길을 따라 330페메와 함께

순탄한 대장의 여정에 올랐다.

주로 우측으로 보이는 섬진강물이 오늘따라 비취빛을 띠며

유유히 흐르고 주변의 산안개와 어우러져 한폭의 산수화를 보는듯했다.

그 아름다움에 탄성을 지르는 주자들이 많았다. 

주변경과을 음미하며 달리느라 금방 5km 푯말에 이른다.

스탑워치를 체크해보니 24:37 양호한편이다.


330패메보다 약 10-20m앞에서 섬진강 강물을 바라보며

계속 달리는데 오늘 쪽 신발의 발등이 조여온다.

참으면서 달려가는데 안되겠다 싶어서 페메의 일행들을 먼저 보내고

노견에서 신발끈을 고쳐 메고 다시 달린다.

삽시감에 페메는 100-200미터 앞으로 달아난다.


약 200미터를 달렸을까 이제 신발이 다소 헐꺼운 감이 있어

다시 고쳐매고 풀고 하기를 무려 네 차례씩이나....

나의 마라톤 역사상 이렇게 여러번 신발끈을 고쳐 매보긴 처음이다.


문제는 새 신발을 구입해 장거리를 한번도 뛰어보지 않고 레이스에 임했으니

신발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건 마라톤의 ABC를 잊어버린 짓이다.

장거리 주행은 물론 적어도 한번쯤은 세탁해서 신어야되는데.....

알면서도 강행했다가 초반 마라톤 리듬을 망쳐버린 꼴이 되었고,

이 일로 6키로 지점에서 놓친 페메는 반화점 인근에서

400여미터까지 추적했으나 갈수록 힘은 들고

결국 골인때까지 잡지 못한채 레이스는 끝나고 말았다.


이로 인해 힘은 힘대로 들고 초반에 다소 오버페이스로

버티고 버티다가 30km(2:30:42 통과)은 잘 통과했으나,

35km지점(2:57:17)에서 K.O~~~ 이곳부터 나의 주특기인(?) 워킹브레이크를 시작

40km까지 5키로구간을 무려 32분22초나 소비되는

금년 최고의 고난의 길로 접어들었다.


앞에서 다 제치고 왔던 주자들이 하나둘씩 나를 추월해 나간다.

있는 힘을 다해 따라가 보지만 몇 백미터도 못 가고

뒤로 처지고 만다. 걷나 뛰다를 반복하며 처절하기만 하다.


“내 이 넘의 마라톤 이번만 하고 진짜루 구만 할끼구먼....“


속도는 키로당 7분22초 까지 지체된다.

이제 30분대 진입은 고사하고 40분대 유지도 곤란할 듯....

“그래 그래도 그렇지 보스터너가 체면이 있지, 보스턴기록 유지는 해야지 않겠어”


38-40km구간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골인점 까지 걷고 싶었으나

이를 악물고 버텼는데 그 덕에 몸이 많이 상한 듯.... 쯧쯧쯧


골인점에 이르러서는 카메라를 의식 속도를 늦추며

포즈를 취하며 미소를 지어본다.

골인! (((골인)))


마침, 골인점에 기다리고 있던

송진씨가 내게 다가와 수고 많았다며 내게 물병을 건네준다.

그는 춘천을 대비하여 오늘 하프만 뛰었다.

지난해 나의 섬진강후기를 읽고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고.....


솔직히 골인후 실신직전이었다. 

걸을 힘조차 없었다.

퍼질러 앉고 싶지만 심장마비 내지는

근육경련이 있을 것에 대비 허리를 구부리고 서서 심호흡을 하며 조금씩 걸어다녔다.


연신 물을 두 병을 마셔버렸다.

얼마 후 주최측에서 무료로 공급하는 국밥을 먹어러 갔으나,

이미 나는 탈진한 상태라 밥 한 숟갈도 입에 처넣지 못하고 말았다.


천막 밑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본다.

이번 대회에서

나는 왜 뚜렷한 목적도 없이 나 자신을 이렇게 세차게 몰아 부쳤을까?

내 몸뚱이가 나를 얼마나 원망했을꼬?


PBR도, 보스턴도, 330도 아닌데.....


왜? 왜? 왜?


알량한 나의 자존심 때문인감?

작년부터 모든 걸 접고 走仙의 길을 가겠다는 사람......(불쌍한 지고....)


그런 생각도 잠시, 광양매실막걸리 한잔 들이키고 보니

어느덧 내 맘은 3주후 천년고도 경주에서 있을 동아오픈에 가있다.

마침 하늘에는 솜털구름이 모였다 흩어지고 있었다.


끝으로 이번 섬진강대회에 함께한 종효훈련단장과 송진씨에게 감사를 표한다.

박단장! 3.30페메를 30km까지는 가겠다는 약속을 못지켜 미안....


장문의 글 읽어줘서 감사합니다.

2005/10/09 섬진강 강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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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대회의 교훈


* 이번대회 임하기전 예측했던 대로 나의 체력이 30 내지는 35km까지 5분 페이스를

  유지하면 잘하는 것이다. 결국 35km에서 마라톤벽을 만나 무너졌으나,

  훈련량에 비해 결과에 만족한다.(체력 60%, 정신력 40%)


* 기록을 보면 결과는 실패한 레이스다.

  전반 1:45:07/ 후반 1:52:02 * 후반 +12( 전후반 편차가 5분이상이면 실패로 간주함)


 * 2003년 중마이후 거의 ‘올인’하다시피 달렸다. 내 몸 상태에서

   더 이상 잘 달릴 수가 없었다. 몸은 다소 상했지만 기분은 좋다.

  - 탈진으로 골인후 물 이외는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 마라톤엔 요행이란 없다.(마라톤은 머리로 하는게 아니다, 몸으로 때워라.)

 * 테이퍼링 등 마라톤의 정석(ABC)을 지켜라!(새 신발, 새 양말 착용금지)

 * 욕심은 금물! 훈련한 만큼만 목표를 설정하라!(왕년에 내가는 안 통한다)

 * 모든 훈련은 35km(마라톤벽)에 이르렀을 때에 대비를 해야만...

 * sub-330은 고수의 지름길! 아무나 할 수 없다.

 


▷ Lap Time

0-5km  24:37

5-10km  25:29*신발끈 3회 고쳐 맴

10-15km 25:24*신발끈 1회 고쳐 맴

15-20km 25:04

*하프(반환점)    (1:45:07)

20-25km 24:56(2:05:25)

25-30km 25:17(2:30:42)

30-35km 26:34(*2:57:17) * 35km부터 워킹 브레이크

35-40km *32:22(3:29:40)

 * 휴식  2:11(급수, 스트레칭, 워킹)

 -36km 5:14

 -37km 5:22

 -38km 6:34*

 -39km 5:38

 -40km 7;22(3:29:40)*

-42.19km 12:32(*3:42:12)

* 전반 1:45:07/ 후반 1:57:05 (후반 +12분) *3: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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