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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음악과 나의 삶

【로제의 낭만콘서트61 후기】링거를 맞으며 쓰러질 각오로....(10/10/08)

 

 

▽ 별난 사람의 별난 삶! 

콘서트 개최배경에 대해서는

행사때 나눠드린 프로그램을 통해서 

익히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별난 사람의 별난 삶으로

60평생을 살아온 이 사람은

삶의 8할을 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음악(악기와 친구하기)으로 소일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언가에 미치지 않으면 죽음?" 인 것처럼...  

보스톤 마라토 참가 등 마라톤의 목표달성 후

공허해진 마음을 달래려고 본격적으로 악기와 친해지기 시작....


▽ 장사모 데뷔무대에서 대상 수상을....

2003년부터는 장사모(소리꾼 장사익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입,

해마다 년 초에 신년정모 때(150~ 200몇 참석)

장기자랑에서 그동안 배운 악기를 들고 무대에 서기를 6년째...

 

저의 데뷔무대는 2005.1월 신년정모 때다.

별로 잘 부르는 노랜 아니지만 장사익 선샘 앞에서

통기타 치며 '봄비'를 장사익 버전으로 불러

예상밖의 대상을 수상하며 첫 감동을 맛보았다. 

그때부터 자칭 장사익 홍보담담으로 또 열렬펜으로 활약...

참고로 이번 콘서트에서 제가 입은 의상과

악기들은 거의 장사모에서 이미 선보인 것임을 밝혀둔다.


지난해 가을,

장사모에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환갑기념 단독공연을 한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하지만, 악기 연습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평소 혼자 탄천 다리밑에서

가끔씩은 주말에 교외로 나가 연습하기 시작..,

올해 7~ 9월까지 3개월 동안 한 달의 절반가량을

어느 지인의 별장을 빌려 혼자연습을 하며(서울로 출퇴근) 

까만 여름밤을 지새우며 고독을 벗삼아

콘서트의 꿈을 키우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 공연장소, 음향장비 섭외 등의 어려움으로 공연 취소될 뻔

6월경, 공연일은 10월 첫 주말로 확정했으나

장소가 마땅치 않아 숱한 고민을 했다.

가당찮게도 프로들이 주로 연주하는

종로의 000소극장은 물론 잠실과

분당 율동공원 일대의 라이브 카페,

야탑의 뷔페홀 등을 섭외해 봤으나 여의칠 않았다.

여건이 다소 좋은 서현동의 중국음식점 000연회장을

한 달 전에야 겨우, 정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마음의 갈등이 많았다.

콘서트 한다니깐 처음엔 집사람도 반대하고,

악기연주 연습하는데 보다 장소 섭외며,

초청범위 등을 정하는데 여간 어렵지 않았다.

가족끼리 식사나 하고 말자며,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예약취소 할 결심을 했다가 하룻밤 지나고 나면 또 맘이 바뀌었다.

 

평생 소원이었는데 지금까지 준비해서 안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일단 일을 저질러 보기로 결심!

집사람도 못이긴 척 하며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 왜 하려고!

 "하고 싶은 것 하이소”

 "못하게 하면 얼마나 날 원망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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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마버요, 어부인 마님! 

       "무신 프로도 아닌 이 사람이 공연 준비 한답시고"

       "집을 자주 비웠는데 너무 너무 미안합니다."

       "베짱이 같은 사람 만나서 고생이 많았소이다"

       이 공간을 빌어 감사를 표한다. (이글을 읽을 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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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날은 점 점 다가오는데 연습 장소는 확보됐지만,

앰프와 반주기 등 음향장비가 없어

또 한 번 마음의 갈등이 있었다.

이것 집어치울까보다!

 

하지만 초대할 사람들에게

초대장 문자를 다 보내고 난후가 아닌감!

어쩔 수가 없었다.

 

"에잇! 쉬~ 반주기가 없으면

"그냥 내가 가지고 있는 MP3로 하면 되지 뭐이가!"

 

그러나, 공연장에서 제일 중요한게 음향설비가 아닌감?

고민 고민하다 피터님을 찾아가 

음향시스템 지원요청을 했드니 쾌히 수락을..

▽ 공연 하루 전에 링거를 맞고 진정제를...

 

공연 5일전부터 왠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새벽 3시에 탄천에 거닐며 바람을 쐬고 와서

겨우 한 두 시간 잠을 잘 수가...

 

3일 밤을 잠을 설쳤더니 그로기상태다.

이러다, 공연하지도 못하고 쓰러지면 우야누?

할 수 없이 공연 하루 전에 내과병원을 찾아

의사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처방이 내려졌다.

 

링거(피로회복제) 2시간 동안 맞고,

수면제, 신경안정제를 먹고서야

겨우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원인은 연습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공연 날에 사용할 프로그램, 스크린 사진 작업 등

공연자료 만드느라 며칠간 밤늦게까지 애 좀 썼더니 그만...


▽ 공연 당일! 드디어 공연은 시작되고.. 

리허설을 간단히 하고 음향시스템 테스트도 제대로 못한 채

옷을 갈아입고 손님들 영접하기 시작...


드디어 공연은 시작됐다.

얼른 옷을 갈아입고 하모니카 동요 메들리부터 연주를 시작해

멜로디온, 오카리나, 통기타, 아코디온, 색스폰,

트럼펫, 노래 등 악기연주와 노래를 불렀다.


장사모 무대에 많이 서봐서 떨리는 건 없었지만

환갑기념 단독콘서트를 드디어 열었다는 생각에

감정이 다소 격해져 멘트도, 연주도

모두 차분히 하지 못하고 버둥대기 일쑤... 허거~~ 걱 

 

어찌 어찌해서

잘했던 잘못했던 공연은 끝이 났다. 

하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텅빈 공연장을 빠져나와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악기를 챙겨 집으로 향했다.

▽ 웬! 눈물이 그렇게도..

그때다.

핸드폰 벨 소리가 요란하다.

검푸후배들이 뒤풀이 하자며

언능 오라고 난리다.

 

몸은 피곤하지만 어찌 안갈 수가 있겠나.

뒤풀이 장소에서 연거푸 폭탄주 3잔을 들이켰더니

갑자기 왈칵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고개를 숙인채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주책없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기쁨의 눈물인지 슬픔의 눈물인지 감정이 격해졌다.

혼자서 어렵게 행사를 치러냈다는 안도감에서 일까...?

아니면, 벌써 갑이 되었다는 세월의 무게를 못이긴 탓일까?

자꾸~ 자꾸~ 눈물이~~

사나이가 쉽게 흘리지 말아야 되는것 중에 하나가 눈물이 아닌감!

옆에서 누군가가 노래를 불러주며 나를 보듬겨준다.

이런 노래를...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아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남은 별 찾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두 눈이 있으니... "

      - 조동진의 노래/ 행복한 사람 


그리고

새벽 2시 집으로...

 

감사합니다.

님들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경인년 시월초여드래날에

로제- 이은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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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ning bell/Sheila Ry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