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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Marathon

마라톤 단계별 변화에 대한 고찰(06/12/28)

【마라톤회고】마라톤 열정! 그 단계별 변화에 대한 고찰(06/12/28)


「마라톤 계보」란 제목으로 어떤 분이 쓴 글을 인터넷에서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그 계보의 주요내용은 마라톤을 단계별로 나누는데 1~4단까지는 일반적인 뜀꾼이며, 5단부터는 뜀꾼의 경지를 벗어나 달리기와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고수로 분류하는데 이글에 따르면  나는 이미 마라톤 최고봉인 9단까지 두루두루 섭렵한 셈이다.


아래에서는 마라톤을 시작 단계인 조깅에서부터 그만 둘 때까지의 변화를 추리, 저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7단(走聖): 좋은 코스를 보고 즐거워하며, 온몸의 감각으로  즐기며 달리는 사람

*8단(走宗): 기록과 무관하게 하늘의 구름인냥 달리기와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9단(涅槃走/열반주) : 달리며 '오르가즘'을 느끼는 사람을 일컫는다. 달리기 계보의 최고봉

 

▽ 조깅 & 건강달리기 단계(1983~1998)

 

거리, 속도, 시간과 관계없이 주 2회 최소 30분 이상 약 1식간 정도 그냥 웜업하듯 천천히 달린다. 이때도 ‘러너즈 하이’를 맛볼 수 있다. 가끔 직장체육행사 때 5km/ 10km(당시는 단축마라톤이라고 일컬음)달리기에 나가 입상하기도....


내가 조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83년부터다. 이틀에 한번 정도 집근처 골목길에서부터 차도, 농로, 들판을 가리지 않고 아무대서나 달리고 또 달렸다. 속도 개념이 없이 달리는데도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으며 부상에 대한 염려도 없었다. 이때 달리는 목적은 순전히 스트레스 해소 차원이었다. 지나고 보니 달리기에 대한 이론과 실기가 부족했지만 이때가 나의 달리기 인생 23년사에서 가장 즐거운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 마라톤 초보 단계 : 공식대회 첫 참가 등(클럽 가입 1~2년차)

 

마라톤 이론도 잘 모르지만 달리는 것이 마냥 즐겁고 신난다. 마라톤 클럽에 가입해 함께 달리면 더욱 신나고 재미있다. 풀코스를 처음으로 완주하면서부터 진정한 마라토너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즉, 마라톤뽕을 맞은 다음부터 모든 일에 마라톤이 최우선이다. 이때부터 마라톤 골수분자로 접어든다. 첫 완주 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면 자신의 감성지수가 보잘 것 없던가 아니면 완벽한 준비로 마라톤을 너무 쉽게 완주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때는 월 200키로 정도 달리며 클럽의 모든 행사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

 -요즘 정모/준모/금달/토달 등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검푸들이 이 부류에 속할 듯...

 

▽ 마라톤 완전 중독 단계 : 기록에 대한 욕심 단계(클럽 가입 2~5년차/2001~2003년)

 

각종 모임과 가정의 대소사보다 마라톤이 우선이며, 마치 자신의 직업이 엘리트선수처럼 행동하며 검푸클럽이 제일 좋다며 일주일에 서너 번씩 만나고 또 만나도 싫지 않았다. 생활이 완전 마라톤 모드로 바뀐다. 개인적으로는 검푸 게시판에 마라톤 관련 글을 연간 수백 편씩 올리기도 했다. 내가 왜 그렇게 마라톤에 열정을 쏟아 부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돌이켜보건대, 직장이나 친척들의 모임이라면 층층시하에 제대로 대접 받을 일이 없기에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 하지만 마라톤클럽은 그렇지 않다. 마라톤이란 공통분모 하나 이외는 아무런 혈연 관계도 없는 검푸회원들이 내 친형제들보다 더 좋아 지곤 한다. 이 단계에서는 훈련량도 월 200~300키로로 늘리고 기록단축에 전력을 다한다.

 

▽ 2001~2003년은 나의 마라톤사에 황금시대!


2001.10월 춘마에서 종전기록 3시간52분에서 3시간29분으로 보스턴행 뱅기표를 예약하고, 2002.4월 보스턴 마라톤 완주후 감동의 눈물을 쏟았다. 또한 그해 가을 춘천과 경산에서서 풀(3:23)과 하프(1:28) PBR을.... 2003.11월 중마에서 다시 3시간10분대에 도전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이후 나 자신과의 약속대로 기록과의 전쟁에서 종지부를 찍었다. 그 시점에서 보강훈련 등으로 3시간10분대 진입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지만, 인생은 짧고 할 일은 많은데, 무한정 나의 열정을 모두 마라톤 기록 도전에만 쏟아 부을 수가 없었다.

 

▽ 마라톤의 중요한 전환기

 

풀코스 마라톤에서 자신이 목표한 기록을 달성하고 나면 마라톤에 대한 흥미도 급감하게 된다. 대안으로 100키로 200키로 등의 울트라마라톤과 사하라마라톤 등 해외 어드벤처 마라톤 참가, 마라톤 풀코스 100회에 도전장을 내고 전국을 무대로 100회 또는 200회를 향해서 달리고 또 달린다. 그러나 60대부터는 마라톤을 접고 조깅, 등산 등으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 주선(走仙)의 길을 찾아 유유자적(2004~ 2006년)


개인적으로는 기록에 대한 욕심을 접고 전국을 무대로 3년동안 30여 차례의 마라톤투어를 하며 마라톤 자체를 즐겼다. 수도권에서 열리는 메이져 대회도 몇 번씩 참가해봐 이제는 실증나기 마련이다. 6-7년전에 지방에 풀대회가 몇몇에 불과지만 요즘은 전국적으로 년간 70~80개 풀코스 마라톤대회가 열린다.


따라서 멋진 코스와 주변 볼거리가 많은 곳을 찾아 투어를 떠나 달리다 보면 우리의 산하가 어쩜 그리도 아름다운지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보스터너의 체면도 있어서 최소한 썹-4를 목표로 달리려고 노력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썹-4도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 마라톤 정리 단계(60세 이상) : 마라톤에서 조깅으로....

 

60대가 가까워지면 마라톤 인구는 급감하기 마련이다.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25세 이상 60세까지는 매년 1% 정도의 달리기 능력 감소되다가 60세 이후는 약 2%의 능력 감소가 있다고 한다. 이제 마라톤 자체를 그만두느냐 마느냐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마라톤을 하더라도 어떤 강도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에 빠지게 된다.


 -100회 마라톤클럽 회원은 60세 이상 70대까지도 매주 풀코스를

   완주(현재 150회 이상 완  주자도 여러명)하는 노익장을 과시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것은 60대 이상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다.


나 자신 역시, 생을 다하는 그날까지 마라톤 완주를 할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검푸에 영맨님 같은 분은 젊은이들 못지않은 스테미너와 열정으로 세계를 지붕삼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데, 아직 한참 젊은 나 자신이 이런 얘기하기가 좀 거시기 하다. 


하지만, 연개소문 같은 장수라 하더라도 세월 앞에는 바람 앞의 등불이다. 나이가 들면서 몸과 마음은 점점 쇠약해지기 마련, 적절한 건강관리를 위해 과격한 마라톤 보다는 기록과 무관한 워킹, 조깅, 등산 등으로 소일하며, 외롭고 공허하기 이를 데 없는 노년을 위해 마음의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만 할 것이다.


지천명에 본격적으로 마라톤에 입문하여 나이를 잊은 채, 검푸들과 함께 산하를 두루 누비고 달려봤지만 이제 나 자신도 세월의 무게 앞에서 초라해 지기만 하다. 더욱이 세모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이제 남은 것은 우리 검푸 후배님들이 몫이 아닌가 생각된다.


장황한 글을 읽어줘서 감사합니다.


2006/12/28

분당검푸/마라톤 투어리스트 - 이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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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월 경주동아오픈(*3:35:01) - 천년고도 서라벌에서 ....

  이 사진은 아래 마라도 사진과 같은 시기에 찍은 사진으로

  며칠전, 검푸들의 투표결과 'Best Photo'에 선정된 사진!


2005.12월 처음으로 최남단 마라도에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연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