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주후기①】내 고향 105리 길을....
2004년 시월의 마지막 날!
구름이 많이 낀 찌푸린 날씨를 보이고 있는
경주 황성공원내에 위치한 시민운동장 앞,
많은 참가자와 참가자 가족들로 발 들여 놓을 틈도 없이 분비고 있었다.
아침 8시 정각!
105리 길 대장을 알리는 출발의 폭죽이 하늘 높이 치 솟았다.
오늘 전체 참가인원은 총 11,000여명(풀코스 5,045명/하프 3,700여명/10km 2,700명)이며,
4년전 경주대회에서는 6천여명(풀 815명/하프 1,255명/
10/5km 각각 2천명)이 달렸는데 그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많이 발전 한듯.....
그때 처음 참가해 내 고향 105리 길을 원 없이 달리고서
주로에 스치면 지나가는 신라문화 유적지를 A4용지 15매분량으로
검푸게시판에 낱낱이 소개하기도 했으나, 이번엔 개략적으로 적어보기로 한다.
오늘 나의 레이스 전략은 키로당 약 5분20초로 달려
3시간50분 이내로 골인을 목표로, 30키로까지는 이븐 페이스로 달리고,
그 이후부터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게
속도를 유지하면서 즐겁게 달려 볼 계획이다.
황성공원을 빠져나와 황성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든다.
주로 오른 쪽에는 나의 중학교모교인 신라중학교 교사(校舍)가 보인다.
벌써 약 40년전 일이긴 하나 매서운 북천의 똥바람이 무던히도 나를 괴롭혔는데
이 길을 다시 달려보니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진행방향으로 4개 차선을 꽉 메운 꽉 메운 5천여 달림이들의
긴 대열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너무 속도가 너무 늦은 것 같긴 하지만
초반이라 애써 천천히 달려본다.
3키로 지점에 위치한 기와지붕으로 건축된 경주역을 왼쪽으로 두고
우회전 시내의 중앙통으로 접어든다.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길거리엔 사람들이 많다.
경주여고 조금 못 미처인 지점이 5키로 지점이다.
래프타임을 보니 27분이다.
예상보다 1분 이상 늦다.
겉옷으로 입었던 반팔티를 벗어 주로 밖으로 던지는데
주위에 달리던 주자들이 아까운 옷인데 버린다고 한마디씩 한다.
황성대교를 지나니 좌측으로는 형상강이 유유히 흐르고
탄탄대로를 따라 용강 방향으로 내달린다.
금요일 등산으로 왼쪽 다리 종아리에 근육통이 있어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아무런 징후도 없이 몸 컨디션이 좋다. 10키로 지점에서 첫 번째 U턴을.....
이제 속도를 서서히 올려 키로당 5분 페이스로 세팅...
http://marathon.photoro.co.kr/data/images_02/10375/8/103758720.jpg">
(사진/ 술에 취했남? 어째 삐딱하게 달리네....)
서천교(西川橋)를 지나 우측을 꺾어 들면
송화산(松花山) 자락엔 삼국통일의 명장(名將)
신라 김유신장군의 묘(사적 제 21호)가 있다. 김유신(金庾信)은
15세에 화랑이 되어 무예를 닦고, 무열왕 7년(660년)나당연합군이
백제를 공격할 때 신라군 총대장이 되어 계백장군이 거느린
백제군을 황산벌(黃山伐)에서 무찔러 백제를 병합시켰고
이어서 삼국의 영토에 야심을 드러낸 당(唐)나라군사도 물리침으로써
통일의 위업을 완수하였다.
다기 이제는 무열왕릉(29대왕- 김춘추의 묘)을 향해 달린다.
무열왕릉 가지전에 우측편에 나의 초딩 모교인 경주초딩학교 건물이 보인다.
지금은 학생이 줄어들어 학교를 충효동으로 옮기고 여긴 직업전문학교 남아 있을 뿐....
6년 동안 산을 넘고 때로는 비포장 도로인
자갈밭길을 책보자기를 어깨에 둘러메고 고무신 신고 뛰어 다녔던
나의 배고프고 가난한 유년시절에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지나간다.
그때 그 코흘리개들 지금은 초로의 모습일 텐데,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련한 추억으로만......
가을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무열왕릉 바로.....
가을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무열왕릉 바로 앞에서 다시 U턴!
서천교-숭덕전- 오릉- 첨성대-분황사 등 많은 유적지를 거쳐 보문을 향해 달린다.
가로수로 벚꽃나무들이 아름다운 단풍으로 자태를 뽑내고 있었다.
지난 4월3일 벚꽃마라톤에 참가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며 달렸던 것이
어저께 같은데 계절은 벌써 만추(晩秋)로......
세월은 어찌 이리도 빠른지.... ㅉㅉㅉ
약간의 오르막으로 이루어진 주로 좌측으로는 북천이 흐르고
개천 넘으로는 경주국립공원 소금강지구에 석탈해왕릉과 현덕왕릉이 자리하고 있다.
새로운 경주코스 중 유일한 오르막 같지 않은
밋밋한 언덕이 약 2km정도 이어진다.
많은 주자들이 거친 숨을 토해내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번 코스를 분석하면서 25-30km구간이 제일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레이스를 전개했다. 별로 힘들지 않고 오늘 코스에서
세 번째 U턴 지점(29.3km)인 보문 한화콘도 약 2km전방이다.
이제 약간의 내리막인 왔던 길을 따라 다시 35km지점으로 향한다.
첨성대가 손에 잡힐듯이 보인다.
http://img.airspider.com/image/00/10/91/00109166_2.jpg">
첨성대(瞻星臺 : 국보 제 31호)는
신라선덕여왕(632∼647)때 세워진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관측대로서
높이 9.4m, 바닥지름 5.17m, 화강석을 가공하여 기단(基壇)위에
27단의 석단(石段)을 원통형의 곡선으로 쌓아 올리고
그 위에 장대석(長臺石)을 우물정(井)자 형으로 얹어
천문을 살피도록 한 어떠한 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첨성대를 지난 지점이 35km지점!
급수대에서 파워젤을 한 봉지 입에 털어 넣고 물 두컵을 연신 들이켰다.
내 다리도 이제 더 이상 못 가겠다고 버틴다.
잠시 앉았다 썼다하면서 근육 피로를 완화시키려고 발버둥쳐본다.
매 급수대마다 마셨던 물이 방광을 가득 채우고 있어
길가의 들풀에 뇨소 물비료 살포작업을 잠시.... ㅎㅎㅎ
"워메, 참 많이도 나오네. 갈 길은 바쁜데....."
나를 뒤따라오던 달림들의 발자국소리가 한없이 지나간다.
무려 2분 가까이나....
정신을 가다듬고 여기서부터 매 1km마다 시간을 제며 달린다.
오릉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자 금성로의 일직선도로가
40km지점까지 4km까지 연결된다.
이 구간은 종전 코스로서 4년 전에도 달려본 적이 있어 코스를 훤히 알고 있어
페이스조절과 코스 공략하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이제 이 다리(황성대교)를 건너 우측으로 접어들면 골인지점!
체력은 거의 바닥났지만 마지막 사력을 다하며 골인 점을 향한다.
시계를 보니 이대로 가다간 3시간 40분대 초반에 골인할 듯....
http://marathon.photoro.co.kr/data/images_02/10374/7/103747392.jpg">
(사진//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질주를....골인점 30미터 전방)
그러나 기왕이면 3시간30분대로 골인해야겠다는 욕심에
막판, 편안하게 골인하리라던 생각을 접고
약 2키로를 가속하며 힘차게 골인점을 향한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른다. 무호흡증 가기 직전~~~
힘차게 골인하며 카메라를 향해 잠시 포즈를 취하며
골인점 메트를 밟는 순간! 가슴에 전율을 느끼며 코끝이 찡해져 온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걸어서 운동장안으로 들어 가는데
다리에 힘이 빠져 비틀거린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 )
칩을 반납하고 물품을 찾아 운동장 잔디밭에 큰 대자로 누워
구름이 짙게 깔린 신라인들의 향기가 서려있는
옛 서라벌의 가을 하늘을 바라보니,
나 어릴 적 추억들이 물밀 듯이 스치며 지나간다.
아~~ 나의 고향이여!
때마침, 스피커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You mean everything to me" 노래가 운동장을 가득 메울즈음
멋지게 완주했다는 황홀감에 도취되어 홀연히 운동장으로 빠져 나왔다.
시월의 마지막 날에 천년고도 경주에서 있었던
2004경주동아오픈 마라톤에서 신라인들의 얼을 더듬으며
서라벌의 구석구석을 헤집고 즐겁게 달려
올해 나의 전국 마라톤투어의 열 세 번째 마지막 종착역으로 골인했다.
이것으로 밀림 숙제 끝!!(내 숙제검사는 누가 해 주지?)
검푸님들의 따뜻한 성원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재미도 없는 장황한 글, 끝까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2004/11/03
Marthon Tourist - lonely Runner
~~~~~~~~~~~~~~~~~~~~~~~~~~~~~~~~~~~~
((부록))
◐ 기록정리 및 종합 평가
* 3:39:56(전반 1:48/ 후반 1:51, 후반 +3분 )
- 전체 1,105위/풀 5,047명, 50-60세 60위/303명
- 기록보다 전후반 고른 페이스로 레이스 운영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
불과 2주전에 밀린 숙제로 혼자서 검푸 정모에서 이탈해 38km
LSD를 실시 하는 등 나름대로 이번 대회를 위해 준비해왔다.
- 재래식 식이요법(3일 고담백식, 3일 탄수화물식)에서 탈피 : "잘 먹고 잘 달리자 "
이번에 시도해 본 결과 썹-3 도전자가 아니라면 굳이 하드 카버로딩은 제고 되어야...
특히 초보자, 썹-4, 3.30 도전자들은.....
- 2005서울동아대회 참가자격증 획득
◐ 기존코스와 새로운 코스의 비교
작년까지의 기존코스는 보문 문화엑스포장을 출발해 경주시내를 완전 순환하는 코스로서
달리는 주자들에겐 경주시내 일원의 주요 문화유적지를 한바퀴 도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아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있었으나,
경주의 주요 간선도로의 교통통제 하는데 많은 어려운 점이 있었고,
두 번째는 출발이후 바로 경사가 심한 200-300미터의 언덕과 후반 35키로부터 약 5키로가 언덕이 도사리고 있어
기록이 대체로 저조했다. 이 두 가지를 해소코자 주최측에서 대회 한 달 전에
참가자들의 의견을 물어 코스를 변경했다고 한다.
새로운 코스의 장점은 (27.5-29.3km구간 약간의 오르막)오르막이 거의 없어
기록은 전번코스에 비해 5분이상 단축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측이 되나,
단점이라면 코스의 세 곳을 왔던 길을 다시 뛰어야만 되어(U턴지점)
주자들이 달리기에 다소 지루한 감이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기록을 생각하지 않는 달림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경주시내를 완전히 일주하는 종전코스가 훨씬 좋고,
단지 기록만을 생각한다면 새로운 코스가 좋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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